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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마음

좋은 것은 커지는 게 좋고 좋지 않은 것은 작아지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이렇게 색깔이 있는 마음을 제외하고

나는 왜 계속 작아지는 것일까.
그와 만난 지 벌써 90일.

내 행동이 바뀐 게 있다면 나도 모르게 그 앞에서 작아지고 그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이게 어쩌면 좋은 말일지도 모른다. 그에 대해 내가 신경 쓰는 건 그를 그만큼 생각하고 그가 행여나 나로 인해 다치지 않기 위해 아낀다는 것이니 말이다.

내 말이 하나라도 잘못됐을까봐 그가 그걸로 인해 상처받았을까봐 내 말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질문하는 그를 알기에

그의 상황에서 나는 상처를 안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 방법은 내가 상처받는 법.

나답지 않게 작아지고 있는 나.

왜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런 색깔 없이 그냥 주장도 할 수 있는데 주장을 하지 않는 나. 우리 관계에서 이제 나는 어디 있을까.

반대로 나를 나는 얼만큼 생각할까.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 그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서운하고 섭섭했다. 그런데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모든 신경으로 내가 어디로 튈 지 몰라 나에게 집중한다 했었기에. 보지 않는 시간동안 내게는 잊고 있었던 서운한 부분들이 커져가고 있었다. 참아야 하는 순간들이 합쳐질수록 나는 어쩌면 나를 사라지게 하고 있었는지도.

우리의 관계가 건전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 둘이 함께 열쇠를 맞춰야는데 우리는 과연 잘 해내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관계는 어디로 갈까.
그와의 미래를 그려봤던 그 날처럼 나는 그때로 가끔 돌아가고 싶다.
그는 뭘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