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perututo
감기, 오지은
dancer on the keyboard
2011. 7. 2. 02:05
여름날의 향기에 취해 감기에 걸려버렸나보다. 어지렵고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할 정도가 되고 나니 이제야 감기의 지독함을 깨닫는다. 샤워를 하고 7시쯤 되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베개에 맡닿은 내 머리는 천근만근처럼 아프기만 하고 깨져나갈 듯 했다. 수면제를 탄 듯, 그렇게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 버렸다.
이상하게 11시쯤 되서 아침이라고 느끼고는 깨버렸다. 정말 푹 잠들고 싶었는데 쉽게 되지 않네.
친구들과 의미 있는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를 핸드폰으로 주고받으면서 어둠 속에서 일어났다.
이제 새벽 두시. 오랜만에 오지은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오지은 만의 그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 내가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하는 것만 같은 그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내 안의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오늘은 기분 좋은 일이 생겨서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 일을 자랑했지만, 결국은 또 다시 고독의 시간이 다가왔다. 감기 때문인지 몰라도 더 지독하게 조용한 내 속으로 나를 초대했고 오지은이라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가수 또한 초대했다.
익숙한 새벽 3시. 그녀의 음악에 취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노래. 왠지 모르게 이 노래를 듣고 있지마녀 나는 새벽 3시를 맞이하고 싶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새벽 3시를 맞이하기 싫어진다. 새벽3시가 되버리면 허무해지고 더욱 내 깊은 곳에 숨겨둔 상처를 꺼내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싫어지면서 동시에 그 시간이 다가와야지만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지기도 한다.
감기에 취해서 쓰려졌다 어둠에서 일어나 이제는 오지은이라는 목소리에 취해 음악 속에 쓰러진다.
지금 잠깐 생각난 것.
Samuel Taylor Coleridge가 아편 속에 취해서 혹은 상상력에 취해서 쓴 글들이, 과연 내가 감기의 독에 취해 쓴 이 글과 같을까? 그의 글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나는 또 생각한다. 조금은 생뚱맞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것은 이런 것. 그대를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코일리지 같은 인물의 상상력을 누가 따라 올 수 있을까? 음악이라는 예술의 상상력 속에 취해서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비록 사실을 쓰는 것이지만 지금 내 능력이 이것밖에 안되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이런 것들.
혼자 사색하고 이상을 꿈꾸는 걸 좋아하는 나인만큼.. coleridge가 위대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말야,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 이 답 또한 나만 내릴 수 있겠지?
그런데 또 말야. 나는 잘 모르겠단 말야
두 가지의 행복한 길이라는 데 나는 취했었나 보다. 아니 여전히 취해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