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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소, 같은 날씨

dancer on the keyboard 2017. 8. 15. 20:21

광복절이니까, 내 자신에게도 자유를 주고자 하루종일 잠을 자고 책을 읽을 겸 밖으로 나왔다.

아직도 여전한 내 상태를 나는 쉽사리 놓지 못하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죽이기.

일 권을 이제서야 마무리하고 이 권으로 들어갔다.
일 권의 마지막에는 유즈가 보낸 카드가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다. 백곰.
아무런 의도 없이 집어 든 카드겠지만 백곰은 마치 남극이 사라지는 상황에 존재하는 동물이니까, 그렇게 주인공과 유즈는 사라져가는 남극에 존재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기억에 계속 남는지 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요근래 내게도 백곰이 자꾸 떠올라(생일을 앞두고 있었기에 그저 애정했던 그 마음으로 챙겨주고 싶었다, 몽총이) 어쩌리요 했는데 이리 연결고리를 만들자면 만들어지는 하루키 책.

가로수길 초입에 미노스 커피가 있다.
바토스 앞에 있는.

걷다 자리한 곳이지만 그 곳에서는 이상하게도 두 명의 곰이 모두 자리 했었다. 물론 다른 기억도 하나 있지만(팔의 흉터가 짙은).

그 날은 우리가 서로를 다짐했던 날이다. 나는 요즘 알콜 문제를 제외하면 다른 이보다 기억력이 좋아서 (아 기억력 향상 연습을 의도적으로 해야겠다 치매예방 차원) 특히나 그 상황에 함께 있을 때도 제3자의 시각으로 쳐다보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날을 기억한다. 비냄새까지.
그런 곳에서 또 커피를 한 잔 했다.

나는 웬만하면 가방 크기와 상관 없이 펜과 노트를 들고 다니는데 오늘은 펜을 두고 나왔다. 책을 읽다 생각을 하나 끄적이려 하는데 펜이 없지 뭐람

신기한 건 카페에서 펜을 빌려달라 물을 때마다 카페 아르바이트생들이 모두 당황한다. 물론 카페란 원두를 내리는 식음료집이기에 펜이 없어도 당연한 것이지만...오늘도 꽤나 오래 기다렸다.

시간은 내 편이 맞다. 그래서 기억들이 옅어진다. (1편 앞에도 시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내 편으로 오롯이 작동하기 위해선 나 자신의 의도적인 움직임은 중요하다. 나는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 화나기도 하고 그렇다. 지금도 이 카페에서 그 날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시간은 내게 아픈 기억을 잊게 해주게 하면서 동시에 좋은 그 추억으로 데려가게도 해주는 좋은 존재이다.

내 글을 가끔 본다는 아리조나 법대생이 떠올라 이리 글을 하나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