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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dancer on the keyboard
2013. 7. 26. 21:46
온라인에 떠도는 재미난 글들을 읽다가 문득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집 안에 불을 다 끈채 노트북 모니터만이 날 비춰주는 지금 아홉시 사십분,
세상과 단절된 채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블로그에 들어오다니, 이 아이러니는 무엇인가.
나는 너가 그립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더 그립다.
신경질적인 내 모습에 지쳐 나가 떨어져버린 네가 그립지만, 신경질적이지 않았던 내가 더 그립다.
이런 날이 있나 보다.
우리가 함께일 때 나는 네게 미안하다 했었고, 우리가 떨어졌을 때 너는 내게 미안하다 했다.
우리는 서로 미안할 뿐이었나보다.
그런데 나는 이제 내게 미안하다. 가혹하리만큼 저 구석으로 몰아가는 내 자신이.
이 밤은 그러하다.
그래도 네가 생각나는건 미안하지 않았던 나일 때 네가 함께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 밤은 눈으로 덮인 겨울밤처럼 조용하다. 이 밤만큼은 그러하다.
너. 너라고 말하고 너라고 또 생각하고 그러다보면 내가 떠오르고, 내가 떠오르고 나라고 말하다 보면 우리는 함께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