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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 자체에 대한 궁금증

dancer on the keyboard 2016. 11. 15. 14:26

내 마음을 궁금해 하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 그리고 나도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 해야 한다.
나에 대한 마음을 궁금해 하는 것 말고 그냥 상대의 마음이 궁금해야 한다. 

우리는 궁금해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배우지 않았다. 

그게 얼마나 따뜻한 경험인지. 


- 서천석


나는 어쩌면 그의 이야기를 다 들어준다고 해놓구선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정답처럼 정해두고 그 말이 아니어서 그에게 계속 더 바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를 내가 듣고 싶은 정답으로 평가하고 있었는지도. 그리고 그가 왜 이런 방식으로 사회화됐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알 길이 없기도 했지만 그를 품을 자신이 없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니 내가 생각한 방식 속에서 다른 너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화를 낸 것에 대해 돌아보지 않았다. 

동시에 내 마음도 돌보지 않았다. 내 마음은 아프다. 왜 아프냐고 하면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면 녹을텐데 라는 나의 기대 때문에 아프다. 그는 그렇게 사회화되지 않았음을 나는 수번 경험하고서도 아직도 기대한다. 

내 마음이 아픔을, 이 상처를 극복하려면, 나는 내 마음의 그대에게 바라는 기대를 버리면 된다. 


그가 그렇게 화내는 마음을 궁금해하면, 그는 가정컨데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싫었고, 미안해야 할 상황들을 만들어버린 내가 싫었고, 이해되지 않는 해석하기 어려운 여자의 언어로 말해놓고 낯부끄럽고 수치스럽단 말을 해 자기의 여자를 그렇게 만들어버린 나 혹은 그가 싫었던 것일까. 그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할까. 그도 내가 의도한 의미를 이제서야 알았지만, 당장의 화를 이겨내기엔 어색한 것일까. 일과 우리 관계를 지키려는 지친 그의 마음을 몰라주는 내가 섭섭했던 것일까. 

붙잡으려 하는 우리 관계에서 노력하는 그의 마음을 몰라봐준다고, 혼자만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 내가 섭섭했을까. 매사 말을 아끼고 있는데 혼자 질러버린다고 생각한 것일까.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하니 나는 기분이 풀렸다. 새벽녘에 눈물이 흘렀지만 신기할 정도로 그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아직 함께 일 수 있다는 이 천성적인 낙천주의가 발동하고 있었다. 내가 너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너를 선택한 나에 대한 믿음이랄까. 참 말도 안 되는 어처구니 없는 말이지만 나는 왜 화가 나지 않는 것일까. 

왜 나는 벌써 너를 이해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순간 사리가 나올 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이 순간에 나는 사랑이 피고 있는지도. 

그에게서 아직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덟 글자를 듣지 못했지만, 

아기가 그 여덟 글자를 말하기 위해서는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한거다란 생각이 든다. 

어느 날 끊지 못하는 새벽녘 연인의 대화에서 서로 할 말 없냐며 그 여덟 글자를 내뱉기를 주저했던 그 날이 떠오른다. 미국에서 살면 뭐하는가, 그 간단한 8글자도 모르는 것을. 


이 변태적 성향에 맞춰 나는 너를 왜 이해하고 있었다. 오해는 오해였으니까. 

최초에 지친다는 내 말에 묵묵히 있던 네가 

질린단 말을 하는 너를 보며 나는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해보며, 

우리는 서로 마주하고 있는 선인장처럼 자라고 있었다.

우리의 성장을 위해 좀 더 큰 화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