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혹은 화해
A와 B가 다퉜다. 누구의 잘못인지 모르겠다.
첫 시작은 A였다. 분명했다. 하지만 B가 화를 냈고, B가 A를 아프게 했다. 물론 A도 B를 아프게 했다.
결국 A와 B 모두 아팠다. 씩씩거리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손을 내밀어야 했다. 서로 화가 나 있었고, 서로 기분이 상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시간이 가서 더 많은 생각들이 쌓이게 둘 순 없었다.
그러니, '인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화가 난 A와 B는 화해를 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빨리 하는게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선 최선이다.
화가 풀릴 때까지 시간을 가지느냐, 혹은 우선 화해를 청하느냐 무엇이 옳은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A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B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사과에 대해 자신도 화해를 청하지 않았다. 아직 화가 덜 풀렸으니까. 화가 풀리고 나서 연락을 할 참이었다.
A는 B에게 사과를 청했고, B가 연락이 없는동안 화도 나고, 어떤 더 큰 일이 생겼는지 상상도 하고,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B가 속상했는가 하고 자기를 탓해보기도 하고, 자신도 아픈데 화해를 청했는데 가만 있는 B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B는 사과를 청한 A가 왜 곧장 화해를 청하지 않아서 A가 다시 화가 난 것에 대해 또 화가 났다. 화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거짓 사과를 하는 게 싫었던 것이고, A가 이미 사과를 했다면 A는 B가 사과를 청할 시간이 더 걸려도 당연히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B는 화가 풀리다가 더 화가 났다. 마치 화해를 먼저 청한 A가 화내는 게 웃기고 결국 거짓 사과 같았던 것이다.
화해를 청해놓고 먼저 화해를 청했으니 혼자 착한 사람인 척 한 A,
화해를 청했으니 언제까지든 자신의 화가 풀려 사과를 청하면 받아줄 것이라고 생각한 B,
사과가 늦어져 자신의 사과가 민망해져버리고 자존심 상해버린 것 같아 화가 난 A,
자신의 화가 풀리기 전까진 상대의 감정을 생각치 못하는 B (화난 상태에서 상대를 대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과연 서로가 잘못했을 때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 있을까.
먼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상대는 더 오래 갈 화가 조금 빨리 풀릴 수 있었을까?
누군가는 사과를 해야 하고, 그 사과가 있어야만 더 오래 갈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사과를 했다고 자신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응답없는 상대를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A와 B 모두 다툼에 잘못이 있는 것일 뿐.
어느 대처 방법도 옳진 않다. 둘 다 상대를 생각하는 방법이 달랐을 뿐.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인정은 빠르게 하는 게 그 어떤 관계에서도 좋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운 것 하나는 나는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 성미 급한 경상도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