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커졌으나 그만큼 성숙해진다.
고통스런 시기가 이렇게 지나갔다.
아니 지나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겠지.
그렇게 보내고 싶은 마음을 참고 또 참아 수취인불명 편지도 만들고, 또 스쳐지나가게 만들고, 그렇게 참았다. 하고 싶은 말은 주변 사람을 괴롭히며 잊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주저없이 만났다.
인간이 새로운 상황에 놓여지면 적응을 하기 위해, 그 상황에서 잘남을 선보이기 위해 덧없는 노력을 가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기존의 삐걱거리던 나의 감정은 더 고동치기 마련이다.
삐걱거리던 그 감정을 놔버렸더니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가 더 어려웠다. 사실 삐걱거리는 채로 있었다면 어땠을지 난 알 수가 없다. 인간은 하나의 길만 선택하게 돼 있으니까. 무엇이 나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냥 현재에서 선택한 길이 더 나았다고 말하는 수 밖에.
여전히 지나가고 있지만 사람이 지나간 곳에 흔적이 남고 잔향이 오래 남듯이 지난 번보다 잔잔하게 지나치고 있다. 원래 교통사고도 당장엔 큰 사고지만 후유증이 더 오래 간다 하지 않던가.
새로운 환경에 놓인 채 이전에도 겪어봤던 그 고통스런 이별을 겪고서는 나는 너무나 작아졌다.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표현이 더 잘 맞겠다. 자신감 하나로 살던 나인데 그런 내가 태어나 처음 닥친 상황들에 흔들리며 생각치 못한 겪어봤던 그 고통을 또 겪으니 작아지고만 있었다. 신기하게 사람들이 그걸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난 또 놀랐다.
새로운 환경에 있는 기존 인물들은 내 자신감을 어떻게 다시 이끌어낼까 고민을 한다고 한다. 정확히는 기죽어있는 내 모습을 안쓰러워한다. 이래서 인간은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걸까.
여튼 나는 이제는 그 고통을 품고 더 부드럽고 더 따뜻하게 하지만 더 강하게 날아갈 차례다. 내게 주어진 이 많은 경험들이 쌓여 이런 추억들이 쌓여서 나를 만들겠지.
겪어봤으니 이번은 괜찮겠지는 없다. 겪어본 상처는 언제까지나 상처로 남아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같은 경우가 또 오면 지난 상처의 범위가 커지는 것일 뿐.
그래서 나이가 많이 들고 나면 다 상처뿐이기에 그냥 무덤덤해지나보다.
아직은 어린이기에 아프고, 처음 겪어보는 일도 다시 겪어보는 일도 그 경우가 적기에 아플 수 밖에 없지만 그렇게 커가는 것이다.
지난 번에 일 년만에 만난 분이 그러지 않던가, 뭔가 성숙해졌다고.
그래 나는 그렇게 성숙해지고 있었고 차곡차곡 쌓여서 더 커진 내가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