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향한 응원만 해야 하는 사이
생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달아 연락치 말아야 할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그저 다른 이유보다는 그저 궁금했다. 여러 가지가.
그에게서 이틀이 지나 한낮에 연락이 왔다. 내가 건넨 안부 인사와 응원에 대한 그의 답례.
차라리 하지 않았더라면 지나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몸이 아프니까 이러나보다.
그래 내 몸이 아프니까 그런 것이겠지.
정말 내 욕심을 채우고자 네게 연락을 했고 그리 나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제멋대로 한다는 말이 어쩌면 틀린 게 아닐 수도.
그냥 연락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을텐데.
어제 흔적이 남았던 다른 sns에 그 날의 기억들, 사건들을 모두 남겼다. 췌장염이며 첫 만남이며 처음 같이 한 음식이나 내게 처음으로 고백했던 그 다정한 표현도.
주변에선 내가 너무 미화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겐 모두 좋은 흔적이다. 나는 지나고 있는 중이었고 다리를 사이에 두고 물과 물 사이에 걸쳐 둔 내 두 발에서 남아있던 그 발을 꺼내고 있었다. 그저 그게 1초일지언정 시간은 걸리는 거니까, 그냥 그러고 있었다. 가끔은 내 발이 물에서 다 나온 줄 알고 안 차갑다고 했으나 발 끝이라도 남겨져 있었고 나온 줄 안 날엔 발에 남아 있는 그 물기에 또 뒤돌아보게 되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
연락을 취해보고 싶다는, 궁금하다는 내 마음에 대한 행동이 가져오는 이 감정도 내가 책임질 몫이다.
내가 책임져야 할 몫들이 많아서 어쩌면 혼자 책임질 수 있게 아무 행동도 안 하는 걸 원하는 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목요일이고
나는 몸이 아프니까
그리고 그냥 겨울이 또 지나가니까 그게 싫어서 이렇게 마음이 쓰라린 것일테지. 딱 사랑한 시간만큼만 아파하자. 서서히 그를 사랑한 것처럼 서서히 옅어져도 괜찮다. 그게 순리이다.
여전히 연락함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한 내 마음이 여전해서인지 혹은 그냥 내 추억에 있는 사람이기에 궁금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괜찮다. 그럴 때도 있는 것이지. 안 괜찮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괜찮아질 것이니까.
공짜로 얻은 행복이니 댓가가 없다면 그건 너무나 상도덕에 어긋난 무임승차 아니던가.
잘 지내서 나중에 웃으며 돌이켜보며 소주 한잔 기대며 그때 왜 그랬냐고 그땐 어렸다고, 우리가 어려서 사귄 게 아니듯 어려서 헤어진 게 아니지만 그냥 그땐 모든 게 버거웠다고 말할 것이다.
보내야만 하니까 잘 지내라는 마지막 말을 서로 하는 우리 모습에서,
이미 내린 결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한 것이니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서로를 응원할 수 밖에 없는 우리 모습에서,
나는 내 감정이 있더라도 그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참으며 잘 지내라고 진심어린 응원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는 어떠한 지 모르겠지만 그 또한 나를 만난 시간이 진심이었기에 그 여름날의 향과 추억에 기대어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 남은 건 이젠 서로에 대한 지울 수 없는 흔적을 가진 채로 서로를 응원하는 것 뿐이다.
차라리 연락이 안 왔다면 마음이 요동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참아야지.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정말 선물인가보다.
생일은 함께 할 줄 알았는데 그냥 그는 언제나 내게 아쉬운 사람으로 남겠지만
우리는 이렇게 성숙해져가겠지.
-생일날 부려 본 용기, 서로에 대한 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