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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의 어색한 공기
dancer on the keyboard
2016. 11. 9. 08:35
밤 늦게 휴대폰이 울리면 그건 너와 마음이 깊은 누군가일 확률은 높다. 금요일 밤을 제외하고선.
서로 할 말이 없는지 혹은 말을 삼키고 있는지 휴대폰 너머로 우리는 숨소리를 건넬 뿐이다.
말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괜한 자존심을 내세우느라 미안하단 말을 건넬 타이밍을 놓쳐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고, 상대는 발을 동동거리며 달려오라 난리이고.
그래서 우리는 수화기 너머로 각자의 숨소리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두뇌회전하는 소리만 들리고 보일 뿐이다.
차분해진 내 목소리에선 괜히 이상한 말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들어서있고, 그 또한 좋게 넘어갔음이 느껴진다. 그 모든 면에서 말이다.
우리는 여전히 내외한다.
보고 싶다, 보러 올래? 금요일에 보려고 했는데 등의 이야기는 꺼내질 않는다.
우리는 어려워한다.
우리는 가장 친밀한 관계이면서 상대가 아닐까봐, 개인주의에 너무 입각해 말을 건네지 못한다. 혹시 부담이 될까봐.
그러는 사이에 서로 공유하지 못함이 커지겠지.
수화기 너머의 이 어색한 공기가 우리를 숨막히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래도 그나마 너와 내가 아직 우리 라는 관계에 따사로운 빛을 전하고 싶음인 것이다.
내외하는 우리의 생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