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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힘, 새벽의 용기

dancer on the keyboard 2017. 6. 28. 13:08

내가 애정해 마다않는 상도동 친구와 따뜻한 여행지로 여행을 떠났고, 매일 밤 우리는 술파티를 벌였다. 사실은 편의점 쇼핑에 꽂혀 매일 밤 디저트만 먹어댔지. 나는 물론 감자과자. 


친구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즐거워 다음 날 일정을 조금 늦게 시작해도 그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고, 여행지에서 보내는 불타는 금요일 밤을 술 한 잔 기울이며 엉엉 우는 자세도 보여주고, 


그러다 여행은 언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기 마련이라는 내 철칙이 작용했다. 


싸구려 와인과 온갖 주전부리를 숙소로 사들고 와서는 이미 식사 자리에서 사케를 그렇게 마셔놓고선 또 아쉽다며 술상을 펼쳤다. 

뜨거운 라멘도 만들고 냉동요리를 해동하며 예쁘게 한 상 차려놓은 채로, 우리는 이미 취한 상태에서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 두 시 반. 

여행의 힘, 든든한 동반자와 함께 하고 있으니 무서울 게 어디 있겠는가. 

새벽이 주는 감성, 비까지 촉촉하게 내려 오사카는 더 없이 완벽했다. 

특히나 비가 주는 그 기쁨이란, 비가 내릴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이는 반대로 누군가에게도 비가 내릴 때 내가 생각날 수 있다는 말이기에 나는 비를 감사히 여기고 애정해 마다 않는다. 


이별을 하고 나면 나는 이상하게도 몇 달이 지난 후에 연인간의 사랑을 마감하는 듯하게 고마웠다는 정식 인사를 건네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했다. 그래야만 내 사랑과 이별이 끝이 났다랄까. 


그렇게 그에게 연락을 했고, 행동을 취하기 전에 생각했던 그 많던 상상과 걱정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걱정은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예측에서 발생하는 것이기에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변명이라면 술에 취해, 여행지라는 용기에 취해, 든든한 지원군의 힘에 취해, 새벽이라는 시간에 취해, 그리고 비 내리는 소리에 취해 그렇게 연락을 했다. 

예상치 못한 호의에 가까운 연락에 되려 놀랬지. 술이 깰 정도랄까. 


다음 날 이불킥 따윈 없었다. 마음을 먹었던 만남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좋았다. 정말 말 그대로 오랜만에 재회하며 이야기할 생각에 설레였고, 함께 한 동반자도 함께 설렜기에 더 설렜다랄까. 

그래서 아쉬움은 더 컸지만 괜찮은 마음도 크다. 이걸 느끼며 시간이라는 묘약을 믿게 된다랄까. 

여행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터치를 했다지만은 과연 여행 후엔 어떤 이유일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