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성년의 날
누가 내게 감히 거짓말을 했던가?! 나 스스로였던가...오늘이 진짜 성년의 날이었군. my miss!
자 서론은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내 기억엔 성년의 날은 어두운 내 방에서 의자 위에 쪼그려 앉아 어학연수 간 친한 친구와 화상대화를 시도하려고 컴맹으로서 열심히 랩탑을 두드린 기억밖에 없다. 아니 사실 하나 더 있지.
그러다 성년의 날을 챙겨주기로 약속했던 사람이 그 당시 잘 나가던 네이트온에 접속했다지.
어학연수 간 친구와 그 약속한 친구는 서로 대화를 했고, 어학연수 간 친구는 나와 대화하며 그 친구와의 이야기를 내게 풀어냈지.
(아 길다. 어학연수 친구는 현대303호 A, 성년의 날을 약속한 그 친구는 B로, 나는 나로)
불도 꺼둔 작은 내 방안에서 A가 전달해주는 B와의 이야기에 나는 온갖 정신을 집중했지. 성년의 날이더군 그 날은.
그 날 마당으로 나가 우체통을 얼마나 뒤져봤던지,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에 우체부아저씨인가 하고 창문에 고개를 얼마나 내밀었던지...결국엔 허탈한 마음과 몸이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먼지도 내 맘처럼 허탈히 공중부양하다 떨어졌지.
현대 303호 A 친구말에 의하면, B는 기억하고 있었단다. 성년의 날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는 것을.
그런데 해 줄 수 없었단다. 아니 해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단다.
B가 말한 것처럼,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약속을 지켜야지.
그 날만 손꼽아 기다린 나는 뭐니
이래서 성년의 날 나는 울며 날 위로해 줄 유일한 친구인 현대 303호 A와 채팅만 주구장창 했다네.
네이트온에서 보이는 B의 이름 석자가 제발 그 창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내게 대화 걸기를 기대하면서, 그렇게 어두운 방에서 나는 성년의 날을 보냈다네.
의미없던 그 날을 의미있게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던 B 때문에 나는 의미를 부여하려고 4월 셋째주 월요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이렇게 성년이 되는거구나 라고 성년의 날에 의미를 부여했지.
의도한 의미와는 달라서인지, 나는 이 날만 되면 쓰리다.
B 때문이 아니라 B가 말한 약속을 기다리며 그 날을 보낸 내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기 때문에.
P.s. 어쩌면 사실 B가 약속을 깼기 때문에,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쓰린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