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2
취향을 생각하다가 취향이 있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싫은 것만 명확한 게 좋을까 궁금해졌다.
예를 들어, 저런 주문 케이크를 신청하게 되면 맛부터 텍스쳐, 색상까지 골라야 하는데 상대방이 어떤 맛을 선호하는 지 모르면 혹은 상대 취향이 명확치 않으면 그 참 곤란한 순간들이 올 수 밖에 없거든.
상대적으로 난 생크림케이크나 쉬폰케이크는 안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초코로만 다 된 케이크를 한 통 받는 것 또한 별 즐거움이 없다.
화해를 하고 기념일에 이런 케이크를 받고 싶다고 요청하려다 보니 진짜 좋아하는 맛과 향이 명확치 않은 것이다.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정말 싫은 것 외엔 어떤 주문케이크든 사랑스럽게 받아줄 마음이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꼭 취향이 명확치 않아도 된다. 사람이 깍두기는 절대 안 먹어도 배추김치만 먹는 경우는 거의 드물지 않던가.
하얗고 키 큰 그에게 저런 케이크와 꽃을 받아보고 싶구나. 아마 꼭 저런 주문케이클 받고 싶다기 보다는 생각하는 마음과 나를 얼마나 아는 지를 알고 싶어서겠지.
내가 좋아하는 꽃은 명확히 얘기했었으니.
얼굴이 하얀 만큼, 키가 큰 만큼, 어깨가 넓은 만큼
그는 말도 강하게 내뱉고 자존심도 참 세다.
그리고 취향도 명확하다.
그런 만큼 그는 사랑을 줄 줄도 받을 줄도 아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배려와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그가 선택한 취향이, 내가 선택한 나의 취향이 서로 맞았길 바란다.
아니라면 애석하지만 아쉽지만 그래도 아님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길 바라고.
누구나 해피엔딩을 바라는 자기 인생이기에 내 경계 안에 그가 들어온 순간 내 안에서의 해피엔딩을 함께 생각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취향에서 내 취향에서 함께 선택한 것들이기에.
무취무색이 가끔은 내 특기이기도 한 것 같다.
- 현대 301호 친구는 나를 ㅄ이라 놀리지만, ㅄ인 게 나이고 그 ㅄ의 끝을 맛봐야 구분할 줄 아는 인간이 나인 잠못 든 나 (아직은 ㅄ의 끝도 행복일 것이라고 믿는 ㅄ의 절대적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