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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등 시린 가을과 겨울 사이
dancer on the keyboard
2024. 10. 21. 10:05
갑자기 낮아진 온도에 차를 탈 땐 히터를 틀게 되고 몸은 움추려든다.
우울과 감정에 빠졌던 하루를 가을탓이라고 하며 날씨를 탓한 게 그제인데, 금세 겨울이 온 듯 하다.
새벽녘에 맡는 공기는 상쾌하다못해 차가워 콧등 시리고 이제 이 온도에 적응해야겠지만(추워지니 새벽운동하기 위해 일어나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적응하기 전에 느껴지는 긴장되는 신경감은 여전하다.
그래도 이런 온도의, 계절의 변화 덕에 불곰과 같이 보냈던 이 계절과 이제 다가올 한겨울이 떠올랐다.
언제나 겉옷을 안 챙기는 나 때문에 옷을 벗어줘야 했던 불곰과 다음부턴 옷 입으라는 말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얘기하는 모습에 서로 깔깔 웃었던, 추운만큼 몸이 마찰로 열을 낼 정도로 으스러지게 붙어 다녔던 때가 떠올랐다.
이 콧등 시린 계절 덕에 오랜만에 좋은 추억이 떠올라 추운 차 안에서 미소지었다.
어쩌면 이제 나쁜 기억은 사라져버리고 그렇게 그와의 관계를 내 과거의 미화된 추억으로 온전히 자리하게 한 걸지도.
하나밖에 없는 사랑니를 발치할 때 십여년간 있던 내 과거의 사랑도 모두 보내준 것 같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콧등 시린 이 미지근하다 할 수 없는 계절, 행복과 풍요만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