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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할지도 모를 고민

dancer on the keyboard 2017. 8. 16. 17:18

어릴 적부터 모자람보단 넘쳐남이 좋다고 배웠다. 그래서인지 아주 작게는 간식을 싸 학교에 들고 갈 때도 적게는 친구들 것까지 많게는 반 인원 35명 모두의 것을 챙겨 다녔다. 그렇게 배워왔기에, 

그리고 사랑도 모자란 것보단 넘쳐나게 주는 게 좋다 배웠기에 부끄러움은 갖지 않으며 살았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짓도 있다. 


폐쇄적인 인간인지라 알지 않는 사람에게 호의는 잘 베풀지 않는다. 물론 길을 지나다 내게 길을 묻는 자에겐 꽤나 친절한 편이지만. 


그리고 나를 알지 않는 사람뿐 아니라, 이제는 절대 볼 수 없는 가장 먼 사이가 된 사람에 대해서라면 더욱이 호의를 베풀지 않아야 한다. 비록 좋은 감정을 가졌다 한들 이미 그 감정 또한 지났으니까. 


하지만 시간이라는 이 요소는 언제나 동일한 시간을 가져올 때도 있기에 그 시간 속에서 호의를 베풀었던 좋은 시간을 기억하게끔 한다. 예를 들어 생일이 가장 좋은 사례겠지. 

그때의 좋은 흔적과 감정은 그대로일 것이다. 비록 그 시간을 함께 한 사람들과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고 지나쳐도 모른 사람처럼 흘러가야 할 때더라도 말이다. 그래던 좋은 기억의 시간이 또 왔다. 

8월. 


입추는 이미 왔지만 내겐 아직 여름이고 여름의 한 중간이다. 올해는 비가 좀 많이 오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 여름이 자신을 잊어달라는 것을 아쉬워 하는 듯 더위가 오겠지. 그것도 무겁게. 

넘쳐나면 안 될 존재에게 지금 나는 넘쳐나려 한다. 수취인이 불명한 다수라면 차라리 다수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없으니 다행이겠지만, 명확한 한 명이면서 베풀지 않아야 하는 대상에게 나는 무언가를 베풀려 한다. 

이 또한 다 나 좋자고 하는 짓이지. 친구들에게 먹을거리를 가져다 주는 이유는 잘 먹는 친구들을 보기가 좋은 내 마음 이다. 나 좋자고 상대를 불쾌하게 하는 것이지. 이 행동도 결국 이기적인 행동이다. 


한심하겠지. 당장엔 베풀어서 좋겠지만 불쾌할 상대를 생각하면 힘겹고, 불쾌할 지도 모를 생각에 불안하고 돌아올 결과가 좋은 건 너무나 이상적이기에. 


나는 그저 그때의 좋은 기억에 그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을 뿐이다. 그저 상대도 가지고 있을 약 서른 해의 매년 오는 축복의 날이라는 좋은 기억에 축하를 더해주고 싶을 뿐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사실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함께 하지 않고 가장 멀어진 존재이지만 무언가의 원칙과 예의가 있다. 개인별로 자신의 원칙이 있고 그를 말하지 않더라도 존중해주고 이 원칙들이 부딪혔을 때 우리는 두 가지 방법 1)새로운 공통 규칙을 만들거나 2)자신의 원칙만을 고수해 끝내거나 중 하나를 선택했고 어찌됐든 우리는 마지막 결정한 것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서로가 제일 멀고 제일 나쁜 사이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지킬 규칙이 있다. 그게 분명하겠지. 그렇다면 내가 하려는 행위는 그 원칙을 또 깨는 행위이다. 예의가 가장 중요하지. 원칙보다도. 말하지 않고도 지켜주는 예의. 우리 둘간의 예의. 이제는 더 이상 알지 못하는 사이라 할지라도 지켜야 할 예의. 


그렇다면 나는 아마도 생각을 멈춰야겠지. 한심하게 이는 마치 핵무기같은 전쟁 용도도 아닌 삐에로와 같다랄까. 즐겁기 위해 준비했지만 상대는 불쾌할 수 있는. 


모두의 시간은 중요하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지켜주느냐도 하나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