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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지 않아도 함께 한다는 의미

dancer on the keyboard 2021. 8. 13. 19:18

처음으로 차사고가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이래서 인생이 재밌는 거 아니겠는가. 
차에 다리가 껴서 차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만히 있는 그들과 눈이 마주치는 시간은 아주 찰나였겠지만 억겁의 시간같았다. 도와달라고 외친 말에 여전히 세상은 아름다운지, 젊은 친구들이 다 하나같이 날 도왔다. 

구급차에 누워서, 응급실 침대에 누워 백열등을 보며 '해보고 싶은 거 언제든 다 하며 짜릿하게 살지만 더없이 더 짜릿하게, 열 번의 생각을 아홉 번으로 줄이고 또 실행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동시에 참으로 어린곰에게 연락하고 싶었다. 

어제의 기억을 돌아보면 하고 싶은 건 다 했다. 미련은 안 남기는 내 성격에 내 성향에 이런 일은 기름을 더했으니까. 
하지만 어린곰을 부를 순 없었다. 이런 사건이 또 얼마나 있겠냐만은 이 정도 일이라 다행이다 싶고, 매번 그를 귀찮게 할 순 없다 싶고,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으니까 하며 손가락이 가는 마음을 생각으로 막았다. 

마음의 입력값을 출력값으로 내지 않고 생각의 매개변수를 이용해 생각으로 출력을 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입력값과 출력값이 같기를 바란다고 말한 인간이었는데 내 일은 쉽지 않다. 

그러다 '하고 싶은 거 다 하자'는 생각에 응급실에서 네 시간을 보내고서는 집으로 돌아와 어린곰에게 연락했다. 혼자 다 했으니, 혼자 치료도 받고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눈물도 혼자 이겨내고, 웃기도 하고, 혼자 다 했으니, 하지만 하고 싶은 거 다 하자는 생각에 연락을 했다. 

그는 전화로 답을 했고, 언제나처럼 정직했다.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며 언제나 내가 다치면 그 누구보다 아파했던 그처럼 흉터가 생길 내 몸에 대한 걱정과 함께 그의 실천력에 따라 계속해서 정보를 주는 그는 눈물을 머금었다. 

고맙고 미안했다. 함께 할 순 없지만 함께 하고 있는 우리였다. 0426. 

그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했다. 고맙다고 했다. 
그는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내 나이에 혼자 다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는 언제나 내게 남자였기에, 그의 마음에 내 마음이 더해져 함께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그 말이 어찌나 미안하던지,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지 않냐는 그의 말에, 얼마나 아팠냐는 그의 말에, 왜 안 불렀냐는 그의 말에 그는 내게 미안함을 보였고, 나는 부를 수 없다는 미안함을 보였고, 우린 그랬다.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도 괜찮지 않다. 지나가는 인연에 대해서는 이런 생각이 하나도 안 드는데, 섹시녀의 말에 따르면 '뇌', '머리'가 있으면 당연히 생각난다고 했는데, 어린곰만 생각하니 마음이 어찌나 아픈지. 

걱정하는 그의 모습에서, 걱정 끼치기 싫어하는 내 모습에서 마음이 서로 그러했다. 

오늘 병원에서 몇 번의 눈물을 보이고서는 집에 오고 나니 마음이 이리 안정이 되는지 모른다. 그와 서로 나눈 대화에, 애정에, 미안함에 슬픔과 고마움이 함께 했다. 

이러다 웃으며 보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에서 이런 대사가 있다. 
'하루하루 매일을 화양연화로 살아', 내게 하는 말 같아 내가 생각한 다짐에 응원을 보내는 듯 해 기운이 났다. 

갑자기 흘러나오는 '김연우'의 '여전히 아름다운지'의 가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건 무엇인가. 
우리의 오늘은 언제나 화양연화이며 우리 살아있음으로 아름다운 것처럼 아름답게 살자. 아름답게 그렇게 그래서 우리 봄이 오는 그 날에 마주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3bCgBeguwo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