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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을 돌아보며,

dancer on the keyboard 2024. 12. 29. 16:12

매년이 그렇지만, 금세 한 해가 끝나간다. 순식간이란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건가 보다. 9월이 시작될 때, 남은 사 개월을 더 의식을 갖고 살자며, 글을 썼는데 이제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리고 올해가 내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되돌아본다. 

 

겨울에서 봄이 오는 그 시기는 신기하게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때이고, 나는 그때가 가장 지쳐있고 우울해진다. 그 동굴에 들어섰던 때를 기억한다. 이제는 적어도 그때가 온다면 (곧 오겠지만), 생명이 꽃피기 위해서 필요한 시기이니 그 또한 설렘으로 사랑하고 그 우울을 이해하기로 한다. 

남은 사 개월, 9월은 지난 글에도 썼듯이 뉴욕 출장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9월과 10월 초를 뉴욕에서 맞이하며 또 감사함을 다시 깨닫고 나의 미래를 또 집중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대신 다음 여행엔(6시간 이상 비행) 혼자가 아닌 파트너든 친구든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감사함과 설렘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뿐이겠는가. 센트럴파크에 러닝을 혼자 즐기고 마치고 커피 한잔을 하면서 섹스앤더시티의 사라제시카파커같은 느낌으로 Upper East Side에 사는 게 목표라며 웃음을 짓는다. 부동산 가격에 놀랐지만 못할 게 무엇이냐며 내 포부를 더 키운다. 뉴욕은 그러했고 힘든 일정만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행복했다. 정말 일밖에 모르는 바보는 나일 지도.

10월엔 시차적응을 하기에도 바빴다. 돌아오자마자 러닝하며 '자유'를 표방했고 보다 현실에 돌아오기에 바빴지만 내게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내게 자유가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연찮게 들었던 노래들에서 문득 옛사랑들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운동에 미쳐있는 것처럼 테니스를 하고 골프를 치고 수영을 하고 심지어 매일의 삶에 러닝을 넣었다. 
그 당시 읽었던 책에서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다.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들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 앨런 긴즈버그, <어떤 것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한 그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히 여긴다. 친구들은 그걸 기억미화전문이라고 부르고 말이다. 

 

11월에, 나를 맞이한 친구는 내게 무언가 모르게 차분하되 굉장히 자신감으로 가득차 보인다고 말해준다. 원래도 그랬지만 굉장히 serene한 느낌이 강해 그게 단단해보이고 좋다고 하는데 맞는 것 같다고 수긍했다. 인식하진 않았지만 '보다 조용하게, 보다 차분하게' 살려던 생각들이 누군가의 눈에 비춰질 정도라면 성공했다 싶다. 어느 날엔 사무치는 고요함에 외로움이 아닌 심심함도 아닌 고독함을 느꼈지만 역시나 그럴 땐 일본여행 아닐까 싶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미안하게도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더 느낀다. 연애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랑이 아닌 건 아니다. 그저 더 자유롭게 더 확장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벌써 마지막 달이다. 조용히 마무리짓기에는 12월은 바쁘다. 끝없는 약속들이지만 그 사이사이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며 나는 그 전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걸' 요구하고 감정을 속이지 않고자 한다. 그리고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어떤 시간도 쓰지 않을 것임을 다짐한다. 하루하루보다 중요했던 깨달음은(언제나 나는 깨닫고 또 깨닫는다. 성장하지 않는 건 내게 어려움일 뿐) 내년에 더 집중할 것들이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올해 내 주변을 둘러싸게 된 새로운 사람들은 내가 지향하는 바에 맞는 사람들과 더 큰 그릇의 사람들이었다. 역시 명확하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안될 게 없구나 싶다. 어떤 책을 읽으며 나를 떠올리고 그 당당함이 좋다는 사람과 내가 가치를 두는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고, 나와 비슷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역시 소망의 결과다. 

올해를 짧게 회고하자면 이별이 있었고, 그 이별 덕에 나이 들어서 겪었으면 큰일날 뻔 했던 그런 일들을 다행이도 일찍 겪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돼 감사했고,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하는 건 '나'임을, '나의 의지'임과 '존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참 신기하게도 이번 연애는 일반적인 그럼 평범하게 직장 다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그대로 실현했었고, 그 덕분에 (왜 그랬나 모르겠지만) 더 나이 들기 전 감사히 많은 걸 배웠다. 그러했다. 그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중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또 배운다. 스위스에서 느낀 '자유'는 내가 갈망하는 바임을 정확히 알게 되고 나는 '온전'하다는 생각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에 감사해 이제는 결혼도 출산도 육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전한 내가 온전한 다른 이를 혹은 온전하지 않더라도 그를 아낄 수 있다는 깨달음을 갖는다. 이런 찬란한 날들이 어디 있겠는가. 뿐이겠는가, 여러 책들을 통해서 눈물을 흘렸고 더 자유로워진다. 자유가 무엇인지 나는 참으로 자유가 중요하다. 이름은 자유 하나지만 여러 옷을 입어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듯 그렇게 다양한 자유를 만들어 가본다. 사랑으로 하는 일은 아무 대가가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사랑(Love)의 유의어는 아무 것도 아님(nothing)이라고 한다. 그래서 테니스에서는 0점을 제로가 아닌 러브로 표현해 아무 대가 없는 움직임임을 표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일들로 가득 찬 하루와 하루를 만들어가자. 

자유와 사랑 그리고 감사의 시간으로 내년을 만들어 가자.

여행이 나의 자유를 만드는 그 많은 일들 중에 가장 크게 차지하는 거지만 영구적인 자유를 그리기 위해 내년엔 여행을 줄이려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이나 할 지 모르겠다. 또 어떤 설레는 일들로 가득 찬 하루와 하루가 될 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나는 설레고 신이 난다. 그런 삶을 만들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