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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서시, 한강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 더보기
destiny 나와 너가 사년 전, 오년 전에 만났고 연락한 번 없었어도 다시 만남을 시작하기 위해 용기있게 말을 건네는 것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용감해서일까? 사실은 나와 너가 스쳐지나간 인연일지라도, 우리의 만남은 용감할만큼 강하게 엮여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혹은 너가 용기를 내 어색한 첫 마디를 건넬 수 있는 것이다. 어색한 공기 아래 꺼낸 첫 마디 이후엔, 이 어색한 공기는 나와 너라는 운명적 만남으로 인해 우리의 만남을 끈끈하게 만드는 숨쉬기에도 가슴벅찬 공기로 변하고 말지. 그래서 너와 나는 언제 어색했냐는 듯, 아름다운 공기에 취해 연인을 만들어간다네.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는데 어색하지 않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필연적인 만남의 끈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도록 그러나 느낄 수 있도록 존재했기 때문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