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적으로 항상 겨울이 끝날 쯤 되면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하고, 그게 내가 봄을 맞이하는 방식이다. 이제는 안다. 항상 봄이 올 때즈음(2월 말, 3월 초)이 되면 모든 게 싫증나거나 케케묵은 힘든 마음을 벗어내고 싶어한다. 혹은 모든 걸 거꾸로 보고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봄은 여름으로 가는 시간인데, 봄은 겨울에서 가는 시간일 뿐인데 이렇게 날씨의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니, 삼십 몇 년을 살아도 해결되지 않는 숙제다.
그렇다고 이러한 나의 봄맞이의 행동과 결정이 여름이 온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저 좀 더 쉽게 그르치는 경향도 쉽게 평가하고 질러버리는 경향이 커지는 것 뿐.
마음이 왜 자꾸 놓지 못할까 생각하면 당연하다. 이 기온과 습도 등 모든 날씨의 변화에 미세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결정된 것들이 있지만, 그래서 내가 마음을 못 놓는 것 또한 아니다. 내일의 나, 아니 오늘 당장 몇 분 뒤의 내가 어떻게 바뀔 지 모르지만 내 마음에 용기를 내보려 한다. (이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미련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용기 있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용기를 가지라고 하는데, 이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이건 무모한 용기인가?
반대로 이번을 통해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인내를 가질 수 있길 바라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추고 싶다.
무모한 용기이면 또 배우는 거다. 용기를 이렇게 내 볼 수 있는 사람이란 것도 알았다.
나를 살필 줄 아는 사람이 되자, 그게 이번 연애에서 배우는 거다. 나를 살필 줄 알아야 인내하고 더 보듬을 수 있다. 예전에 쓴 글들을 살펴보니, 여전히 나 또한 현재에 더 충실하지 않았던 적이 많다. 성격도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빠르다. 귀멸의 칼날에서 나오는 호흡법처럼 호흡을 더 다듬어보자.
#불곰 은 애정있고 익살스런 사람이었다. 감사하게도 갈수록 많은 애정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그에게도 넘쳐나는 애정을 받았다.
#장점은단점이다. 라는 내 믿음이 맞긴 하다. 그는 순수할 정도로 질투하고 그에 동반되는 애정을 보여줬고, 투명할 정도로 기분을 표현했고 그래서 사실 좋았던 것이다. 불곰의 그 불같은 애정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 그에게도 시간이 필요했지만 내게도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러기엔 조급했다. 불곰에 대한 애정은 애정이었고 진실됐으나, 서로의 호흡이 맞아지고 있던 찰나에 맞지 않은 쳇바퀴를 견디지 못한 게 맞다.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의 선택이 어떻게 되었든 응원해야 한다.
불곰과의 불같은 뜨거운 사랑을 여전히 희망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용기를 내기도 했지만 나의 용기가 상대에게 부담일 수는 있다. 불같다고 하지만 그만큼 여린 사람이 없다. 여린 그는 어떻게 지낼까, 어제는 갑자기 그는 내 생각을 할까? 하는 궁금증도 가졌었지만, 이런 부질 없는 생각의 끝은 다 끝이다. 여린 그에게 준, 내가 받은, 서로가 스스로 만든 그런 사랑의 상처는 언젠가 사라지겠지?
할 수 없는 것만 남은 게 우리의 사이일까? 할 수 있는 게 그저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전부일까?
상황은 갑작스럽게 달라졌지만, 꼭 같은 결말일 이유가 있을까?
나는 다른 결말을 만들고 싶다는 점에 집중하는 걸까, 그런데 아무랑 그런 다른 결말을 만들고 하겠느냐.
그는 무슨 생각일까, 그 또한 무섭고 겁나겠지, 그리고 아프기 싫고.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나는 이렇게 무얼 해야 할 지 몰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