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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라디오와 브라운 아이드 소울 몇 해 전 겨울 크리스마스 당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삼성동에서 아침 9시부터 택시를 타고 여의도 KBS 라디오 방송국까지 달려갔었더랬지.그가 매일 아침마다 듣던 라디오였기에, 오늘은 특별히 보이는 라디오라며 나도 들었으면 좋겠다며 그 추운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갔었다. 보이지도 않는 라디오에 어디 한 군데 바람 피할 곳도 없어 라디오 앞 벤치에 앉아 스피커로 퍼지는 박수홍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다려보라는 그의 말에 자꾸 추운데 가자고 하기만 했다. 그래도 프리미엄이라며 300원 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마시며 대략 2시간을 다 듣고 다시 삼성동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더랬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이했었다. 그는 무언가 아쉬워 했으나 난 보이는 라디오를 듣지 못함이 아쉽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더보기
편지상자와 아지랑이 내 방엔 여러 가지 추억의 선물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고스란히 모여있는 편지 오십 통과 앨범은 내 대학 초년기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최고의 추억이다. 그때 사랑했던 그 사람이 써준 편지들을 오늘 꺼내 읽었다. 이제 더 이상 그를 사무치게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그와 연락이 가능해질수록 그에 대한 내 애틋했던 추억은 흐려진다. 그러나 이 추억만큼은 내 방에 남아있는 보석 중 하나다. 이 편지들은 한때 사랑했던 그가 편지를 쓰려고 했던 행동을 머리 속으로 그리게 해주는 미소 짓게 하는 추억이다. 어색한 글씨체와 고치려고 노력한 틀린 맞춤법.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매일 우체통을 열어보고 가슴 설레하며 편지를 읽어갔다. 두 달의 방학이 따뜻한 그의 정성으로 가득찼었다. 그는 편지에 매일 해야 하는 일을 써뒀다.. 더보기
가을 모기 이야기는 이렇다. 아는 동생과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 했는데 피곤해서 가지 않았다. 혼자있다며 썰렁하다는 동생의 문자에 미안함이 들어 파워드링크를 사둘고 슬리퍼 신고는 학교에 가서 동생과 자정에 담소를 나눴는데 OMG 집에 오니 여러 군데 자잘하게 모기가 엄청 날 사랑해줬더라. 그 놈 얼마나 대단한지 아직도 나는 모기놈을 못 잊고 간지러워한다지. 가을모기는 여름 철 지나 때를 잘못 타고 조용히 외롭게 자신에게 수혈해줄 사람을 찾아다닌다. 단풍이 들고 여름옷을 옷장에 집어넣고 갈색 옷을 입을 때 되면 우리는 한 철 장사하는 모기를 잊고 말아버리지. 그게 섭섭했던 모양인지 때 아닌 모기는 자신을 상기시키기라도 하는 듯 내 주위를 서성거린다. 지나간 사랑과 추억이 잊었다고 생각했을 때 문득 떠오르는 것처럼, 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