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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키큰그

잠 or 꿈 친구가 며칠 전 실연을 당했다. 생활 속에서 생각을 안 하고 살더니 꿈에서 계속 실연의 상대 주인공이 나타나 잠을 오래 자도 개운하지 않다고 했다. 하얗고 키 큰 그, 백곰의 생일을 결국에는 축하하더니 정말 그 후로 모든 게 휘리리 사라지고 있었다. 친구가 잠을 자도 꿈에 나와 자신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가, 혹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신작(이젠 신작이라 부르긴 그렇지만)인 "잠"을 읽고 있어서 그런건지 혹은 일주일 내내 못 잔 터라 그런지 몰아자는 동안 내 힘겨움을 쉬어줘야 해서 그런건지 그가 오랜만에 등장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잊지 않기 위한 노트) 우리는 모두 학생이었고 나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 샤워실은 반투명 느낌의 유리여서 밖에서 열심히 쳐다보면 보일 수 있는? 그리고 사.. 더보기
막무가내 혹은 제멋대로 제멋대로 란 표현은 작년에 참 많이 들었던 표현인데, 실은 이 표현을 한 상대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왜 나를 '제멋대로'라고 표현할까 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보니 정말 나는 제멋대로였고, 상대도 그러했다. 그랬기에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것이겠지. 며칠간 고민하던 행동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으나, 또 이놈의 팔랑귀는 듣고 싶은 것만 골라 들었다. '선별적'이다 라고도 말하지. 선물할 사이가 아님에도 그저 내 마음이 해주고 싶어 선물할 마음이 있다는 말에 내 주변의 날 아끼는 사람들은 더 이상의 산타클로스나 'Mother'가 되지 말라고 했다. 그러다가 요즘 나 못지 않은 병력을 자랑하는 친구님께서 팔랑귀에 속삭였다. 그리고 늦은 시간, 나는 다시 한번 제멋대로 행동했다. 제멋대.. 더보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파리로가는길 영화를 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두 주인공은 답을 한다. 나는 매순간이 행복해 하나를 꼽을 수 없다 생각하다 최근의 누구와 함께 한 행복을 떠올렸다. 그러다 생전에 새벽에나 도착하면 피곤한데도 날 반겨 웃으시던 할머니와 마주했던 순간이 아마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모든 순간을 다시 맞이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내가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하면 세상 행복한 듯 날 향해 웃으며 키스해주던 그녀를 잊을 수 없다. ‬ 그 외엔 토플 시험을 볼 때 스피킹/라이팅 영역의 짧은 질문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내 첫 남자친구가 서프라이즈로 해줬던 일 년 이벤트를 꼽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나온 저 질문에 난 가장 최근인 .. 더보기
여행의 힘, 새벽의 용기 내가 애정해 마다않는 상도동 친구와 따뜻한 여행지로 여행을 떠났고, 매일 밤 우리는 술파티를 벌였다. 사실은 편의점 쇼핑에 꽂혀 매일 밤 디저트만 먹어댔지. 나는 물론 감자과자. 친구와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즐거워 다음 날 일정을 조금 늦게 시작해도 그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고, 여행지에서 보내는 불타는 금요일 밤을 술 한 잔 기울이며 엉엉 우는 자세도 보여주고, 그러다 여행은 언제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기 마련이라는 내 철칙이 작용했다. 싸구려 와인과 온갖 주전부리를 숙소로 사들고 와서는 이미 식사 자리에서 사케를 그렇게 마셔놓고선 또 아쉽다며 술상을 펼쳤다. 뜨거운 라멘도 만들고 냉동요리를 해동하며 예쁘게 한 상 차려놓은 채로, 우리는 이미 취한 상태에서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더보기
6월 12일자 일기 주제 "한 달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작년엔 운동과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일 이라고 적었다. "​다시​" 그리고 또 어색할 수 밖에 없는 그 사람을 호칭한 그 호칭을 직접 입에 올리며 잘해보자며 내 이름을 불렀던 걸 기록에 남겨뒀다. 돌이켜보면 참 터프하다. 올해 유월 육일에 미리 써둔 12일자 일기에 나는 "일 년만에 나는 또 사랑에 빠져야 하는 사랑을 갖고 싶어했다."며 헤어짐의 무게와 잘 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냈고 더해 또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순간들을 말했다. 오늘 다시 그 주제에 대해 이른 아침이지만 나는 내 직업적 성장과 함께 설레임을 써내려갔다. 오랜만에 느껴보고 싶단 말이겠지. 그저 괜찮아서 한번 더 가 아니라. 참말로 웃기단 말이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결국 안 이뤄질.. 더보기
여의도 섬에서 보내는 새벽 네 시. 오지은의 익숙한 새벽 세 시는 이미 지났고, 봄에서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새벽도 새벽답지 않다. 작년 이맘 때 무얼 했나 생각했는데 그때도 이렇게 밤샘 근무를 많이 하고 있었고, 주말에도 나와서 동료들과 신세한탄을 했었다지. 그러니 하루 기억나는데, 내가 참 애정하는 장소, 몽중헌. 주말 근무였고, 다들 연애하랴 약속이랴 주변 친구들 중엔 연락 가능한 아니 당장 불러서 밥 먹을 친구가 없었다. 누구보다도 먹는 걸 좋아하는 하얗고 키 큰 그는 그럼 자기는 부채교와 하교를 먹으러 가야겠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참 아쉽더라. 무엇이 아쉬웠냐 하면 나는 당장 부를 친구 하나 없는데 그 하얗고 키 큰 어깨 넓은 그는(아 형용사가 너무 많다, 키 큰 J) 이제는 누군지 알 것 같은 그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었겠지. .. 더보기
아직 진행되고 있는 이십 대의 연애 #4 두 번째가 흑곰이었다면 세 번째는 백곰이다. 마지막 흰 어깨 깡패와도 사랑을 마무리한 건 상황이 큰 변수였다. 그의 사업 시작, 췌장염, 나의 이직과 적응기. 서로가 힘든 상태였고 서로 익숙했던 패턴에서 새롭고 달라진 생활 패턴에 지쳐갔다. 다투면 나는 말을 하고 참됨/그릇됨을 이야기하며 그 상황을 정의했고 그는 함묵했다. 우리는 어리기에 자존심이 먼저였고, 서로가 서로에게 모진 말을 던져대기만 했다. 힘든 생황과 지친 육체는 상대를 지킬 수가 없었다. 다시 만나면, 이제서냐 나는 그 하얀 키 큰 남자의 화법을 이제야 이해하게 됐고 그래서 어느 포인트에서 화난 줄 알았다고 했다. 그렇게 편지를 썼었다. 더해서 사업에 응원을 주고 싶었다고도 했지. 아마 그때 나는 떠나는 기차 번호를 계속 부르고 있었던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