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부터 예전에 달고 다녔던 다리 신경통증이 다시 시작됐다. 한동안 아무렇지 않아서 잊고 있었더니 그 새벽에 자기를 잊고 있음이 괘씸해서였을까 혹은 안부 인사였을까 내게 몰려왔다.
해뜰 시간에 잠들어 두 시간 정도 뒤척이다 결국엔 그냥 눈을 떠버리고 말았다. 다리를 붙잡고 잠 아닌 잠을 자자니 내가 너무 힘들었다. 아직 일어날 시간이 아닌지라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뭘 하면 좋을까 하다 스트레칭도 아니고 뉴스도 아니고 청소는 더욱 아니기에 잊었던 신경문제가 잊고 있던 내 블로그를 떠올리게 했다.
쓸 이야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침묵의 시간을 기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새해가 됐고 아무런 생각 없이 새해의 열흘이 그냥 지나갔다. 올해의 계획이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그만큼 부지런할 자신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우선은 저질러야 할 지도.
프랑스 여행을 계획해볼까 하는 미친 생각에 두근거림도 함께 있다. 이건 새로운 계획이지만 아직 일 월이니 괜찮다.
생각없이 사는 삶을 해본 적도 없지만 그렇게 살지 않으려 또 고민하는 삶 속에서 나는 올해의 나에게 무얼 기대하고 있을까. 이렇게 아플 때를 보면 건강이 최고임은 분명하다. 나이 드는 부모님을 보면서 회피하고픈 그 많은 현실을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체지만
이런 무의식의 흐름이란....이야기의 공기가 참 이상하게 흐르는구나.
공기라는 말을 하니 아름다운 말과 배움을 주는 랜드로버 아저씨가 떠오른다.
삶의 숨결 속에서 가끔은 너무나 그 숨이 가냘퍼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통쾌하고 시원한 숨결들이 기쁘다는 데 큰 이유를 제시하니 오르락 내리락 하더라도 일희일비하지 말자.
대학교때 처음으로 혼잣말하는 내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여전히 나는 나와 소통함을 즐긴다.
선영아 언제나처럼 나는 항상 너를 사랑하고 응원해. 네가 아무리 못난 짓을 해도 그 조차도 나는 너를 받아들일 수 있어. 내게는 이제 친절한 선영이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올해도 잘 부탁해. 고질적인 신경문제는 고질이니까 함께 하는 친구처럼 받아들이며 너의 그 변태성을 따와 더 즐겨보자.
고질적인 신경문제, 구 월에도 한 번 심하게 그랬던 적이 있는데 내 다리를 잡고 놀라하던 토끼의 눈이 오랜만에 떠오른다. 토끼는 잘 살고 있으려나.
이 뜬금없는 얘기들 속에 중심은 그래도 올해의 네가 하루하루 기대되고 그래서 나는 너를 응원할 수 밖에 없고 매일매일 마주하는 아름다워지는 네가 나는 설렌다. 깊어져가는 팔자주름도 아름다운 걸.
잠을 제대로 못 청해서 더 신경질적이겠지만 그래도 오늘 잘 부탁해. 다리 신경은 이 글이 끝나면 말끔히 사라질거야. 네 기록저장소에까지 등장하니 이젠 섭섭해하지 않을 것이야.
- 몸도 마음도 오락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