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새벽 1시.
열차에서 내려 퉁퉁 부은 몸을 이끌고는 택시를 잡았다.
밤이 조용할수록 추위는 더 강했다.
진눈깨비지만 눈이 내린다.
겨울이 오긴 왔나 보다.
이미 첫 눈은 공식적으로 보고됐다지만, 새벽 택시에서 맞이한 그 날리는 눈이 내겐 첫 눈이었다 (물론 지금 함박눈이라고 해도 부족할 이유 없는 눈이 억수같이 내리고 있지만).
기사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내리던 첫 눈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 행복한 순간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휴대폰 연락처를 뒤졌으나 이 기쁨과 설렘을 알리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단순히 아는 사람이 아니라 주체가 '내'가 되어 연락을 하고픈 이가 없었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다가오는 것은 또 무엇이더냐.
기사님께 이런 사실을 알렸더니, 왜 다 버렸냐 나를 추궁하시더라. 왜 아무도 없냐고.
기사님...그런 게 아니라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없는 것은 다른 말이에요...
눈 내리는 서울의 새벽, 그것도 내가 맞이한 첫 눈이었는데 갑자기 이 설렘을 전할 이가 하나 없다는 게 왜 이리 내 맘을 텅 비게 하는 것인지.
아마도 무기력한 내 현 주소를 보여주는 순간이었구나 싶었다.
첫 눈이 뭐라고. 아직도 동화를 꿈꾸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