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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감정 모두 남겨두고 한국으로,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세우다.

2024.06. 인생의 변환점. 
스위스/이태리 여행을 떠났다. 아트바젤이라는 이벤트 하나 보고 간 스위스의 여름은 내게 필요한 공간과 시간의 복합체였다. 미술을 보러 간 여행이었고, 자연을 볼 지 고민했지만 계획 없는 계획처럼 방문했던 여름의 피르스트는 겨울의 추억과 겹쳐 곤돌라를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는 내내 감사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감사했고 행복했고, 베른의 장미정원에서 내려다 보는 도시와 누워서 자유를 누리던 나, 호수를 돌아다니며 자연의 생동감에 영감이 떠오르고 자유로움으로 빛나는 에너지가 채워지는 걸 느꼈다. 
취리히 가기 전, 베른쿤스트에서 본 피카소의 커플, 연인이라는 작품은 그간 내가 봤던 그 많은 작품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 앞에서 계속 서성거리며 촉박한 시간 속에서 오롯이 내 마음에 담기 바빴다. 둘 모두는 각자가 한 명으로 완전해보였고, 그러한 완전한 두 명이 다른 일을 하며 함께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모습에서, 나는 결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건 좀 신기할 정도다. 나로 완전하다면,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icasso - Le Couple, 1967

그렇게 떠난 취리히에서의 호수는, 내 인생 변환점이 되었고 반향을 주는 큰 계기였다. 일 마치고 혼자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러 온 사람, 친구들, 여러 종류의 커플들, 갓난 아기와 함께 나온 초여름의 취리히 호수에서 감히 나는 내 인생의 방향을 정했다고 할 수 있다. 
혼자로 완전하고 충만하다면, 이제는 준비된 자로, 상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며,
혼자로 완전하게 즐길 수 있다면, 누구와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오늘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 이 시간에 '더 기꺼이 행복을 누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시간을 보내' 행복으로 하루를 채울 것이고, 
주변의 풍경과 자연을 더 누리고, 사랑하는 파트너, 친구, 가족에게 더 표현을 하며 
하루의 끝을 보내는 삶을 살겠다. 
이런 결정을 내렸고, 나의 시간에 관대하지 않게, 나라는 존재에 불편을 일으키는 게 있다면 과감히 잘라낼 줄 아는 용기를 더 가지겠다고 마음 먹었다. 내게 영감은 자유에서 비롯되며, 예술을 보며 내 생각이 커지고, 자연을 보며 경외심에 해맑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그런 삶의 하루하루를 더 이어가겠다는 거였다. 
이태리 피에몬테에서 읽으며 눈물 흘리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받았던 글인데, 나 또한 피어나는 감정들과 나를 동일시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고 내보내자. 나를 더 힘들게 끌어들이지 말고, 상대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자. 

내게 위안의 눈물과 희망을 준 글
혼란과 기대 없는 날들의 나를 위한 안녕의 글

그렇게 하니, 이제는 나는 사랑, 희망, 용서 중 가장 어렵다는 용서를 할 수 있게 됐다. 내 마음을 그렇게 붙잡고 있던 마지막 끈을 놓을 준비가 된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 내 남은 감정들과 잔상들 모두 여기 남기고 돌아서기로 했다. 

수많은 말이 있겠지만, 상처를 받았던 순간순간과 너의 기대와 다른 행동에 취한 너의 표현 방식들에 있어 내가 너였던 선택이었기에 더 큰 슬픔과 화가 있었다. 그런 때를 못 놓고 있었고, 이제 나는 너를 용서하기로 했다.
동시에 너에게 줬던 상처들과 기대와 다른 모습에 서운함과 속상함을 가졌을 네게도 사과를 마음으로 보낸다.
내게 끝없는 사랑을 줬음에도 나는 그에게 이별 후 마음의 불편을 가졌다. 이 또한 그에게 용서를 구할 수 밖에 없다.  그의 슬픔을 이해하기에는 그 심연 너무나 깊어 이해할 수 없지만, 그저 미안함을 보내며, 내 마음의 속상함 그에게 던진 점에 사과를 보내고, 내 마음의 속상함 이제 놓아주겠다. 그렇게 자유로워지겠다. 이별도 기다림도 다 겪었으니 이제 됐다.

헤어지고서 순간순간에 내가 나를 존중하지 못함에 스스로에게 용서는 구했고, 그렇게 위로를 줬지만, 나는 너를 용서하지도, 너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고 이게 내 마음에 남아있었다. 
이제 나는 너를 용서하려 한다. 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데 대한 유감과 함께 너와 만나며 내 마음에 있던 불편함과 속상함들 모두 이제 용서하려 한다. 더불어 나는 너에게 용서를 구한다. 전화를 해서, 문자를 해서, 편지를 써서, 그렇게 용서를 구할 수는 없겠지만 (해도 되는 사이지만), 그저 마음으로 너에게 상처 줬을 날들에 대해 사과를 하고 용서를 해주기를 바란다. 
인생네컷을 찍으며 남겨진 동영상을 우연히 봤는데, 서로 애정을 보내는 모습이 영상 밖으로까지 뿜어져나왔다. 알고 있다. 이렇게 서로 상처준 게 있지만 그럼에도 서로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마음으로 설레고 애썼다. 그러니 만났겠지. 이러한 용서들 상관없이 행복한 여름날들의 흔적은 가져갈 거고, 그 언젠가 우리 서로를 모두 용서했을 때, 혹은 너에게 혹시라도 남아있는 우리 인연의 슬픔이 있다면 그 슬픔에 내가 보낼 자그마한 위로가 진실로 위로가 되었을 때, 그때는 우리 근사한 바람 부는 어느 날 마주보며 안부를 주고 받으며 서로를 순수한 마음으로 응원하길 바란다. 

https://youtu.be/LxvWTlr4EMw?si=iKTS4tgFXq4NZHJm

이전에 썼던 글들처럼, 그때의 나와 너, 우리, 그리고 그 연으로 이어지는 마음들에 위로가 가길 바라며, 
마지막 남은 이별의 상처를 이렇게 보듬으며, 혼란 없는 맑은 날의 완전한 나로서, 
이제는 완전하니 결혼을 할 수 있겠다는 마음과 아이도 가질 수 있겠다는 그런 '가족'에 대한 마음으로,
완전한 자유를 누리는 나날을 더 보내겠다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유럽에 남겨두고 온 나의 남은 마음에 대한 회고이자, 진실로 여러 의미로의 안녕을 보내고, 내 충만한 완전한 자신에 설레는 7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