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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골

몇 시간 잠들지도 못했고 깊이 잠을 잘 수도 없었다. 
염병할 이 병은 다시 왔다.

미친 듯이 답답하고 헛구역질에 정신이 혼미하고
그러면서 내 양 눈의 자동제어 기능은 이미 고장난 상태였다. 
무엇이 그리 서러웠던지 울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욕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서야 알았다. 초췌하고 쾡하며 누구에게 사랑받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고 그저 슬픔과 고독, 그리고 외로움에 미친 여자의 얼굴을.

몰골이었다. 부모님 생각이 갑자기 나 겨우 멈췄던 눈물이 디시 쏟아졌다. 
누구를 위해 살며 무엇을 위해 이리 울었는지. 
무엇을 위해 이리 사랑하는지. 

며칠 전 파엘로 코울로의 단편집을 읽었는데 거기서 그러더라. 사랑은 행복하기 위해 한다고. 
더이상 슬픔과 괴로움을 사랑하던 그 대학생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난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 수단으로 사랑을 하고 있으며 그런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아주 몰골이더라. 

그 몰골을 숨기기 위해 두꺼운 화장을 했지만 내 상처받은 눈은 어쩔 수 없더라.

날개를 펼칠 때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