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쇼같은 화려함 속으로 내 두 발로 걸어들어가면서 여긴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현실이라 믿고 있는 세상 속에서 불놀이에 하염없이 빠져 있었다.
불은 비처럼 그쳤다.
스스로 꺼져버린 불과 함께 화려함을 즐기던 난 나올 수 밖에 없었고 그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와 내가 함께 만들었던 그 화려함이 재로 변해 바람에 날라가고 있었다.
불은 그렇게 꺼져버렸다.
재로 날라갈지라도 그 시간과 공기, 그리고 느낌까진 어쩌할 수 없다. 날아갈 수 없다.
날려보내지 않는 이상.
나는 그렇게 내 마음을 정비하며 현실 속에서 화려함을 기억하고 있다.
몸과 마음으로.
어쩌면 남아 있을 작은 불씨 하나가 새로운 화려한 불쇼를 창출하고 새로운 나와 같은 인간이 그 화려함에 현혹될지도 모르지만,
아주 어쩌면 내가 그 흔들리는 마지막 불씨를 갖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