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난이 큰 불이 되어 소방차가 달려오지 않아도 될 불과 장난이 된 것은 참으로 잘 된 일이다.
불장난이 불과 장난이 되었던 이유는 내가 물벼락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며, 소화 과정을 직접 처리할 그런 용기와 능력이 내겐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불을 태운 것은 나였으며, 불을 끈 것은 내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꺼야 했던 불장난은 마치 불과 장난에 미치지 못했다는 듯 그렇게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사라져버렸다.
약 한 달간의 불장난 속에서 불을 내지 않기 위해 조심하며 작은 불씨들을 태우다 끄다를 반복하며 그렇게 불씨가 큰 불이 되지 않도록 손에 가득 안고 있었다.
내 손이 다 타기 전에 내 마음도 다 타버리기 전에
그렇게 불장난을 장난으로 불과하게 만들었다.
내 마음이 겪을 고통 속에 그와 불을 내려는 장본인을 이분화 해 구분할 능력은 없기 때문이었다.
혹은 내 마음에 큰 불을 내는 그와 장난에 불과한 그를 엮이게 할 용기가 없었다.
또 혹은 불과 장난을 화염으로 받아들여 이성적이던 내 자아가 무너질까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뭐라 하든 불과 장난으로 마쳐버린 이 불장난은 바다 앞 모래성과 같았다.
무너질 줄 알면서 열심히 지어 놓은 어릴 적 모래성.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보다 줄어든 순수함이랄까.
허나 확실한 것은 내게 남아있는 그 순수함 때문에 내 마음의 불씨는 아직 흐트러지고 있다.
하나씩 꺼져가는데 시간이 아주 아주 조금 걸리겠지만 말이다.
크지 않은 불장난이 장난에 불과했다는 점은 미션을 클리어한 것과 같은 시원섭섭함이 함께 있다.
조금은 지루할 뻔 했던 2015년의 1월을 불장난으로 시작해 웃으며 장난을 칠 수 있는 그런 웃음거리가 된 지금
그는 불장난이었음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그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