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다.
학교를 가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어 기쁘지만 어울리지 못할까봐 혹은 진급 시 반이 바뀔까 무서우며 슬프고,
수능을 치면서 이젠 이 지긋지긋한 책 따윈 그만 봐도 되고 당당히 술도 마실 수 있단 생각에 기쁘지만 원하던 대학을 가지 못하면 어쩌나 하며 기대하는 부모님의 얼굴과 친구들의 상대적 성적과 성공이 두렵고,
대학 입학을 하면 모두가 그런다고 부모님이 말씀하셨듯 '그' 사람과 사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그저 행복하지만 실상은 매일 싸우던 고등학교 동기나 오빠 누나 역할 못하는 이성이 더 많음을 알아 슬프고(더하자면 나의 경쟁적 위치가 그리 높지 못함을 새삼 깨닫기 때문이고)
그러다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이란 이유로 기쁘지만 언젠간 다가올 헤어짐을 준비해야 하기에 슬프고,
취업난이 심각한 현실에 취업을 하게 되면 하고 싶던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쁘지만 사실은 나보다 잘하는 동료와 명령만 하는 부장, 팀장과 야근 그리고 로그인 후 곧장 로그아웃 하는 월급 때문에 실제 현실을 깨닫아 서글프고,
그러다 대학 떈 아니던 '그' 사람을 만나 어느 정도 수준에 맞는 결혼을 하면 '잉꼬부부'처럼 행복할 것이란 상상에 기쁘지만 새로 생긴 양가 부모님들과 지켜야 할 여러 일들과 실제 결혼은 '의리'와 '우정'으로 살아야 한다는 현실에 서글프고
아기가 생기면 우리 부부를 꼭 닮은 아이가 태어날 것이란 생각에 기쁘지만 태어난 후엔 기저귀 값에 허덕이는 현실이 묘하게 서글프고
그러다 나이가 더 들면 아직은 그만큼 살지 않아 모르겠지만 가정 내 입지가 좁아지고 주름이 깊어지고 능력도 줄어들지만 실은 그래서 웬만한 일엔 웃으며 넘길 수 있고 드디어 스무 살이었던 그때처럼 나 스스로 가질 시간이 더 많아짐에 기뻐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린 모든 일에 pros & cons를 정한다.
오늘도 나의 사랑에 대해 장단점을 정해보다 그러다가 결국엔, 그래 그렇게 결국엔 단점이 장점이고 장점이 단점이지만 가장 큰 장점은 내 마음이 사랑이기에 내 단점도 사랑이기에, 사랑은 단점도 장점도 없는 사랑이기에 그렇게 장단점을 적던 노트를 덮어버리고 만다.
오늘 하루에 대해 우리 모두 장단점이 있었겠지만 하루 하나씩 스스로에게 장점을 만들고 단점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순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사랑에 장단점이 있듯 내 인생에도 장단점이 있을테고 그렇게 나는 오늘도 오늘의 사랑과 오늘의 나를 정리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내 인생'에서 '나'를 찾을 수 있다. 사랑을 하는 사람도 '나'이고 내 인생을 사는 사람도 '나'이기에 어리석다고 생각한 그놈의 장단점 적기가 결국엔 '나'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처음엔 생각하며 글을 쓸 계획이었는데 결국 생각 없는 그런 '나'의 글이 되어 버린다.
꽤나 길게 느껴지던 이번 주 나날들을 되새기다 드디어 목요일이고 그럼 주말이구나란 생각에 기뻐하며 글이라도 써보면 시간이 더 빨리 가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쓰다 보니 역시나 '나'다운 글이 되고 만다.
장단점을 찾다 결국엔 내 마음 앞에 무너지는 나이기에 애석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 없구나.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2014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