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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

실제로 상실된 것도 있겠지만 상실감이 더 크다. 그 상실감이란 것은 존재나 사물 자체의 사라짐이 아닌 존재에 대해 스스로 만들어 둔 어떠한 가치의 상실이다. 

혹은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던 내 마음에 대한 상실. 


어찌됐든 상실감은 상실 그 자체가 아닌 객체의 상실이 야기하는 남겨진 자의 수 많은 가치에서 느껴지는 '감'인 것이겠지. 


마음의 정거장이 많지 않아 상대가 다가와 내 마음을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고 이는 흡사 생각해야만 보이는 그런 비밀의 문과도 같다. 잠시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그 문은 그냥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니 말이다. 


아마 상실감은 함께 한 시간도 포함이겠지. 함께 한 시간 자체는 있지만 더 이상 꺼내볼 수도 다시 재현될 수도 없다는 박탈에서 오는 느낌이랄까나. 

흐린 날에 나를 밝혀줘 참 감사하다. 

더 이상의 박탈감은 갖고 싶지 않다. 적어도 당분간은. 


나는 어쩌면 오래 기다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스스로의 착각 속에서 상대를 괴롭혔는지도 모르겠다. 


세 번의 꽃 사이사이에서 나는 기쁨을 느꼈다. 

어쩌면 그래왔던 사실만큼은 사라지지 않을 터이고 그 순간을 돌이켜보면 미소 짓게 되니 아주 큰 상실감은 아닐지도. 


인생이 어떻게 흐를지 모르기에 그래서 재미난 것 같다. 

나이의 앞자리가 같은 지를 10년동안 보냈고 이제 새로운 앞자리를 가지게 됐다. 그 어떤 삶이 내 앞에 펼쳐져 있고 다양한 기회와 체험을 만나볼 수 있을지 나는 꽤나 설레어 하고 있었다. 


꽤나 마음에 든다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만큼

내 새로운 시간이 꽤나 기대된다. 


조금 더 여유로운 템포로 상실하지 않도록 하되 상실될까봐 두려워 하지도 말기를. 

나와 동일하게 상실감을 가질 그를 나는 응원한다.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저 we didn't believe in us 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