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술을 했다. 아프다.
걱정하는 이에게 그래도 이 소식을 얼른 전해야 한다.
난 마취가 깨고 연락을 했고 그는 술에 취해 집에 가는 길에 잊지 않으려 전화를 했다.
우스갯소리가 서로의 수화기 너머로 계속된다. 이별은 어쨌든 서로에게 상처다. 그 상처를 치료하는 건 본인만이 할 수 있는 몫이다.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더 좋은 사람 만나란다. 본인에겐 너무 과분하단다.
나는 농담으로 대응한다. 원래도 그랬다고.
너는 안 만나냐는 질문에 더 나은 사람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나는 또 농담으로 대응한다.
왜 본인을 좋아하냐고, 왜 밀어내도 좋아하냐는 질문에 나는 서로 만난 시간이 있고 헤어져도 좋은 건 좋은 거고. 밀어내는 게 밀어내는 게 아닌 거고, 널 좋아했던 이유야 많겠지만 그저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고 못생겼기 때문이랬다. 잘생겼다는 어린곰의 말에 둘 다 웃고 말아버린다.
이렇게 나를 사랑해줬던 많은 이들이 있다. 6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서로 수화기 너머로 웃으며 울며를 반복한다.
나는 말한다. 헤어지면 상처가 생기고 그 상처가 아물기 전에 기회를 논하는 건 서로 더 큰 상처만 만드는 일이라고. 어차피 계속 같은 일로 다툴 거지만 싫은 걸 아는 관계가 되고 만날 연이었으니 만났고 그 선이 잘리진 않는다고. 헤어진 게 끝은 아니라고.
아프니까, 문제 생기면 말하라는 진심어린 그의 말에 서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바보. 덤덤한 조언들이 서로 더 아프게 할 뿐이다. 서로 도울 수 있는 시간들이 있으나 그
시간을 서로 참고 있으니 이 어찌나 성인된 모습 아닌가.
그래도 구급차, 응급실, 수술실을 돌며 백열등 아래에서 너무나 초라하고 힘 없는 날 발견한 순간, 하고 싶은 건 더 다 해야겠다는 다짐을 떠올리며,
“난 그래도 하고 싶은대로 다 할거야” 라고 얼음장을 내건다.
그가 본인을 아프게 한 사람은 안 만나고 싶다고 한다. 언제나 미안함을 마음 깊이 가지고 있다고 전하지만, 언제나 마음 아프다.
한 시간 정도 서로 전화를 끊지 못해, 서로 익숙하던 그 목소리를 잊지 못해 아쉬움만 가득하다 안녕 인사를 건넨다.
그 시간 이전에는 나는 그래도 내 마음에 마음이 생겼던 이의 이상한 행동을 곱씹고 있었는데 한 시간 사이 나는 눈물범벅의 얼굴로 순수함을 논하고 있다.
내가 널 좋아했던 이유는, 언제나, 나처럼 순수하기 때문이다.
참 간사한 마음이라지만 이리 무겁고 두껍고 가득한 마음을 들으니, 가벼운 그 마음의 건넴들이 어찌나 쉽게 사라지는지.
- 20210817 자정, 카페인을 마시며 빠른 쾌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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