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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감기

숨막히는 이 더위에 차가운 물을 맞으면 시원하지만, 그 시원함이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를 준다면 그닥 반갑지는 않다.


이 숨막히는 더위와 인상 쓴 사람들, 인상을 쓸수록 더 환하고 더 강렬하게 날을 밝히는 햇빛 

그 안에서 나는 감기를 가진다. 


겨울도 모자라 이 감기라는 녀석은 나를 어지간히 사랑하나 보다. 내 곁을 잠시라도 떠남을 아쉬워하고는 아스팔트 조차도 덥다고 열기를 뿜어내는 이 한여름에 나를 다시 감싸러 왔다.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준다니, 감사히 받아야 하는가? 

하지만 오래된 연인처럼 나도 모르게 익숙하게 그 녀석을 받아들였다. 

내 마은은 아니지만 내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익숙한 널 받아들인다는 

그런 노래 가사처럼. 


그래도 여름감기가 하나 위로가 될만한 점은 그래도 여름이니까, 나만 갖게 되는 이 여름감기에 특별함을 부여할 수 있다는 그런 변태스러운 독특함 아닐까 싶다.



감기조차도 날 사랑해주니

내가 받는 이 넘치는 사랑 속에서 난 행복하지 않으면 아주 나쁜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