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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 투명하고 순수하게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으니
온 하늘이 새의 길이듯
삶이 온통 사람의 길이니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 박노해,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중

연애하는 줄 알고 드디어 둘이서 만드는 하나의 사랑과 행복을 축하해주고자 친구가 선물을 줬다.
내 몇 없는 남사친이었는데 나는 그에게 빌려간 책을 받으려고 만났던 것이었고, 우연하게도 그는 새사랑을 “드디어” 시작했고, 투명하리만큼 기뻐보였고, 난 숨기는 만큼 투명하게 힘이 빠져보였다.
아무 날도 아닌데 해준 향수 선물이었는데 향이 참 좋아서, 그저 뭐라고 하겠는가.
이 향 입고서 또 세계로 나가보겠다며 웃었다.
둘 다 오래 혼자였고, 외로움 아닌 외로움과 쓸쓸함에 서로 그래도 혼자 많은 시간 보낼 수 있는 30대 좋다며 혹시나 나타날 인연 있으면 꼭 잘 만나보자고 서로를 응원했던 우리가 떠올랐다.

나는 친구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하지만 이별했기에 내 진심에 부러움도 담겼을 거고, 시니컬한 면도 있었겠지만 하하),
친구는 내게 봄날 충만히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는 위로를 보냈다.

내가 만드는 이 길이 다 옳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믿고 결정을 한다. 미련은 없다, 그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애정과 생각지 못한 새로운 나의 모습으로 오롯하게 둘을 느꼈다. 어떤 길이 내 앞에 펼쳐질지 모르지만, 투명하게 더 순수하게 그리고 더 치열하게 행복하자. 나의 모든 스쳐간 인연들에게도 이 마음, 마음의 길 어딘가에 함께 하여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