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첫눈이 내렸다.
첫눈은 겨울이 공식적으로 왔다는 시작의 알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을은 이제 끝났다는 종결을 알리기도 하는 지표이다.
우리도 첫눈처럼 끝냈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있지만 (It ain't over till it's over),
우선은 당장은 끝이 났다.
여름을 시작하며 우리는 만났고 겨울이 시작되며 우리는 끝났다. 왜 나는 여전히 그와 언젠가 밥 먹자며 말 걸고 웃으며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도통 이해가 안 되지만 좋았던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는 게 사실인 것 같다.
서점에서 책들을 보다 이런 글을 읽었다.
오래 사귀어야 정말 사랑한 것이라면, 오래 살아야 잘 산거냐고.
내가 만나본 관계 중 가장 짧았지만 그만큼 지독했고 치열했고 환상의 세계 속에 붕 떠있었던지라 그 잔향이 꽤나 오래 갈 것 같다.
내게 잘 보이기 위해 귓등에 살짝 뿌렸던 그 향이 참 은은했는데 꽤 강했나보다.
써뒀던 편지들이 수취인불명이 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망설이다가 그냥 문자만 남겼지만, 이렇게 끝나본 것도 처음이라 참 어색하지만 다양하게 경험하는 거란 생각에 그 또한 쉽지 않았을 것이기에 이해가 된다. 내 욕심에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못한 아쉬움이 그냥 지나기 싫어 전달하는 고집불통의 날 보며 참 똑같기에 관계를 가지는구나 싶으며,
첫눈을 맞이하고선 나는 드디어 그에게 인사를 고할 수 있었다.
과연 겨울의 끝엔 무엇이 날 기다리고 있을 지 궁금하며, 겨울 시작이 아닌 '한' 겨울엔 무엇이 날 기다릴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