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며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좀 더 만났으면 동영상이 많아질 것 같은데, 이제 그의 목소리는 내 머릿 속에만 남겨있다(이거면 됐지 모). 아직 사진첩을 열어볼 자신도 없지만, 내 마음 괜찮을 때 사진첩에 있는 그를 보며 지금보다 더 많이 미소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전해도 모자란 듯 하여, 공으로 받은 사랑에 공로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물론 그 기간동안의 나의 행복도 묻어져 있을 거니까, 내게 아카이브 용도인 SNS에 남겨두고 싶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그때의 나를 언젠가 기억하고, 나의 잘못과 관계에서의 아쉬움과, 그에게 바랐던 모습까지 모두 남겨두려고 하는 거긴 하다.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이지 않은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친구들은 나는 추억 미화 전문인이라고 불리는데, 내 선택으로 만난 사람 욕해서 무엇하며 나빴고 상처받았던 일도 다 좋아서 생긴 것들 아닌가, 나는 나의 아쉬움과 잘못을 기반한 성장만을 생각할 뿐이다 - ENTJ 아니랄까봐 성장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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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으로는 그 사랑을 다 표현할 길이 없고, 편지를 쓰자면 그 편지 몇 장을 써야 끝이 날 지 모르겠지만, 인스타그램의 제한 덕에 꼽고 또 꼽았다. 나는 그의 앵글 속에 그의 시선 속에 담겨진 날 참 좋아한다. 억지로 찍은 사진들도 아니고 그가 내가 예뻐보여서 찍은 사진들이 참 좋다. 이번 연애는 엄청 자랑하고 다녀야지 했었는데, 그러진 못한 것 같아서 다음엔 내 결혼이고 뭐고 생각하지 말고 행복을 더 표현해야겠다 (얼굴 나오는 걸 동의받아야 할 텐데, 내가 만날 이성 분들이 그런 속성을 가지기 어려울 듯 하긴 하다).
그에게 받은 사랑과 행복은 마음 속 어느 장에 들어가 있지만, 그런다고 우리가 좋아하고 사랑했던 순간들이 사라지진 않는다. 그냥 그때의 우리에게 남겨져 있을 뿐이다. 10장을 고르다 보니, 당연히 욕심내서 20장, 30장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기에, 그와 내가 둘이 찍은 사진이 많아 그 사진들도 쓸 수 없기에 그저, 좋았던 순간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애도를 했다.
그 사랑을 남겨두면, 나중에 돌아볼 때 그 사랑하는 순간도 떠오를 거고, 사진을 정리하며 마음 아파했던 나도 떠올라 언젠가는 그때의 아팠던 나와 그, 우리를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애는 언제 해도 질리지 않고, 이별은 언제 해도 질리는데, 이별엔 더 이상 질릴 일이 없을 줄 알았지만 역시나 이런 생각을 하면 그 생각과 결정은 오산이라는 걸 알려준다 (경기도 오산에는 아직도 웃을 수 없다).
다 뜻이 있기에, 다 길이 있기에 이런 일이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잘못된 길은 없지 않은가.
열 장으로 사랑에 대한 감사가 되겠느냐만은, 그래도 그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이제는 안 해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안 해본 일 많이 해보며, 엄청난 사랑과 애정 공세에 취하게 해줬다는 사실을 (슬프고 속상한 건 빨리 잊어버리고, 내가 배울 것만 취하는 미화전문인은) 품에 안고 아카이브한다. 나이를 먹고도 자아를 찾아야 하는 건 끝이 없는 듯 한데, 그에게 안위와 행복이라는 응원과 기도를 보낸다.
일본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때쯤엔 나 괜찮다고, 애썼다고, 또 한 단계 넘어선 거라고, 내게 스스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위로는 If the world was ending이다. 그랬으면 아마 we'd come over 했겠지. https://youtu.be/UYNBs2U5_YU?si=iFYOwYoOoKsKBx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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