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4일. 처음으로 10시간 넘는 나라에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갔다.
이탈리아, 그리고 스위스.
딱 12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며 무엇이 내 안에 부족하고 내가 섬겨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처음으로 함께 한 여행이기에 나 혼자만 돌아다니며 사색하던 그 시간은 없었기에 혹은 너무 짧은 기간 사이 또 유럽 여행을 떠난 것이기에 혹은 이제는 여행이 무언가 깨달음을 주는 매개체, 보석같은 존재가 아닌 흔한 상대가 되어서인지는 모르지만
이번 여행은 억지로 감사를 했고 그래도 바티칸만은 정말로 감사한 순간들이었다.
여전히 그럼에도 여행은 근사하다.
생일이다.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생일을 맞이했고, 나는 생일날 아침까지 백색등 아래, 전자파 나오는 노트북 모니터 앞에 있다.
지금은 2019년 2월 20일 오전 6시 38분.
2019년 2월 19일 음력 정월대보름 아침 9시 30분에 출근해 여전히 같은 복장을 한 채로 음력, 양력 양 생일을 맞이하고 있다.
생일은 별거 아닌 이벤트다. 모두에게 감사를 하는 그런 모두에게 주어진 날.
그런데 생일날 야근보다도 못한 게 철야근무 아닐까 싶다. 물론 생일날 이별을 한다면 그건 더 슬프겠지만 지금 내게 주어진 이 벌칙 아닌 벌칙같은 선물은 마음이 그저 답답하다.
오늘 휴직을 하겠다고 말했다. 날 아끼는 그녀는 내게
1) 이 업에 남아 있을 것이냐,
2) 남아 있는다면 이 회사일 것이냐,
3) 떠난다면 어디로 갈 것이냐
를 생각하라고 했고 역순으로 하고자 하는 바, 되고자 하는 바에 비춰 생각을 타고 내려오라 했다. 얻을 것은 무엇인지 얻기 위한 방법과 그 방법 사이에 내가 줄 것은 무엇인지.
이번 프로젝트를 하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로 구슬을 꿰지 못한다, 업무안정성이 떨어진다 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어딜 가도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사고를 바꿔야 한다.
마치 그녀가 한 달간의 휴가 후 상무가 되겠다고 해서 혼나고 파트너가 될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하고서 바뀐 그녀의 활동과 그것에 대한 인정(그녀가 좋아하는 모 전무로부터)과 같이 말이다.
나도 알고 있다. 이렇게 몇 년을 더하면 나도 그녀 못지 않게 냉철하고 똑부러지게 내 업을 잘 이끌 것이라는 것을. 지금 헤매고 있는 게 당연하다는 것도.
근데 이 당연한 문제가 당연하지 않은 내 업에서 나는 이제 그만 안녕을 외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정말 실업자가 돼 불안에 휘말려 살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언제 해보리.
내 업이 주는 그 멋짐은 필요 없다. '나'라는 존재 자체에서 멋짐이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2019년 2월 20일 오전 6시 45분이다.
선영아, 생일 축하해. 고생 많았어.
올해의 너도 나는 참 기대된다. 네가 무엇을 하든 나는 네 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