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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erututo

가족의 부재가 느껴질 때 엄마가 없음이 아쉬웠던 건 아주 어릴 적 초등학교때 아니 학창시절 밖에 없다. 그것도 손에 꼽을 만큼 아주 드물게, 입학식 당일, 수업 마칠 시간쯤 내리는 소나기에 교실 앞에 우산을 가져와 기다릴 학부모를 기대하는 시간(물론 엄마 대신 다른 분이 오실 수 있지만 온 적은 없다), 운동회, 부모님 면담일. 이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가장 아쉬운 엄마와 자녀의 순간이다. 이렇게 쭉 나열해보니 생각보다 많구나 싶다. 그래도 내겐 어머니나 마찬가지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고모들 그 외 사촌, 친척들까지 있었기에 입학식날 함께 하는 가족 수도 많았고 물론 그 외 다른 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애정 많이 받으며 자라왔으니 다행스럽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엄마'라는 존재가 .. 더보기
비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시간은 눈으로 뒤덮힌 집 앞 풍경을 볼 때인 것 같다. 혹은 시원하게 굵은 비가 내릴 때이거나. 하나는 그 과정보다도 결과가 아름답고 다른 하나는 과정이 아름답다. 예전엔 눈이 참 좋았는데 요즘은 비가 참 좋다. 어떤 경우의 비에 국한돼있지만. 빗줄기가 굵은 비가 내리면 그 내리는 동안 내 속죄도 사라지는 듯 하고 우산이 없다면 그때 온갖 걱정거리는 비를 어떻게 뚫고 지나갈까라는 걱정으로 좁혀지니 세상 걱정은 사라지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비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면 그 맞는 재미 또한 꽤나 있다. 상쾌하다랄까 비가 그치고 나면 또 어떠한가 잠시 조용해지기도 하고(눈은 고요함을 준다), 날 좋은 낮일 땐 아지랑이도 피어오르고 운 좋으면 무지개도 발견한다. 눈과 달리 비는 내리고 .. 더보기
사랑이 주는 지혜 바라는대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사랑이 끝난 후에도 잘 알기 어렵다.이를 알지라도 실천하는 것은 더 어렵다. 그럼에도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다르고 서로의 가치관과 삶을 대하는 방식이 다름을 깨닫고 참고 이해하는 지혜를 준다.행복과 기쁨, 광활한 사랑 속에서 견뎌야 할 여러 고통들은 지혜라는 산출물을 준다. 어디 바꿀 수 없는 그런 경험에서 오는 지혜.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일수록 더 큰 지혜를 가지는 것일지도.물론 이를 실천하지 못 할 수도 있으나 지혜를 깨닫는 것 자체로 충분하게 아름답다. 사랑이 주는 상처에 이 모든 상처를 극복하고 포용할 수 있는 지혜가 사랑 속에서 생긴다면혼자 하는 사랑이든 둘이 하는 사랑이든 여럿이 함께 하는 사랑이든 아주 아름다운 사랑이 영원히 혹은 꽤나 오래 .. 더보기
그대의 영혼 목선에서 축 떨어지는 그대의 영혼을 나도 모르게 매만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라는 말처럼 깊이 빠져있는 말이 있을까. 그대의 영혼을 닮아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시그니처를 만지고 있자니, 함께 하는 이 따뜻함을 놓을 수 없다. 만지고 만질수록 가까워지는 이 마음이라니. 내가 참 좋아하는 상처 많은 큰 손에 어루만져지고 싶다. 이런 거짓말쟁이를 참 좋아해줘서 참 미안하다. 숨기고 있던 날개를 뻗기 위해 한시도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 뻗지 않기 위해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 나는 덜 아플지도. 날개가 자랄까봐, 그리고 자라서 날아갈 시기에 날기 싫을까봐, 하지만 자라야 하기에 나는 슬프다. 그대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나는 또 눈을 감는다. 그대가 잠든 그 순간으로 날아가기 위해. 어쩌면 이래서 날개는 가.. 더보기
그대들의 외로움은 그대들의 몫 무엇이 그대들을 외롭게 만들었을까. 사랑받지 못함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을 사랑이라 여기지 못한 그대들이 바보 아닐까. 멍청이들. 유치원은 사랑을 도처에서 찾고 감사할 줄 앎을 가르쳐야 한다. 불쌍히 그리고 긍휼히 여길 필요가 없다. 스스로 외롭기를 선택했으므로. 요즘 25년 살면서 탐앤탐스를 이렇게 많이 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날도 탐 앤 탐스. 더보기
콧등 시리다. 눈물 나다. 겨울이긴 겨울인가 보다. 다가올 진정한 겨울이 무서워 아직도 겨울 외투를 안 꺼내 입는 내가 추위와 맞서 싸우다 감기몸살이 걸리니, 겨울이 온 걸 알아차린다. 아마 내 마음이 겨울이 오는 것을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가을보다 더 시린 계절이 겨울이니까. 하루는 집 밖에 나가던 아침, 겨울 바람이 내 온 몸을 통과하더니, 콧등이 시려 눈물까지 나지 뭐냐. 지난 가을, 아직은 늦가을이라고 부르고 싶은 겨울 날, 몇 십 일 전 가을, 나는 칼럼 하나를 운 좋게도 썼다. 그땐 그 글을 읽는 나를 포함한 많은 독자들이 가을에 맞춰 하향 평준을 하고 트렌치 코트 옷깃을 여미지 않아도 될 상대를 만나길 바랐다. 그러다 보니 겨울이다. 내가 지금 눈물이 나는 이유는 마음이 시려서도 아니고, 단지 찬 칼바람 때문에 콧등이.. 더보기
꼬리잡기 꼬리잡기에는 여러 경우가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나는 '꼬리'를 지닌 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때는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전속력을 다해 계속해서 도망치거나, 혹은 그 자리에서 항복해 꼬리를 잡히거나. 첫 번째 경우에는 재미있다. 술래를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그렇다 혼자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어느새 술래가 포기를 해버려 결국엔 혼자 남아버릴지도 모른다. 두 번째 경우에는 허탈하다. 힘들게 술래에서 벗어났을텐데, 거친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버리면 술래가 와락 껴안아버릴테니, 그러면 다시 술래가 되니 술래 전의 힘껏 달리던 자신의 모습이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꼬리를 잡히면 또 잡을 꼬리가 생기고, 꼬리를 가진 상대가 있는 이상 혼자 남을 일은 없다. 그대라.. 더보기
감자의 친구들은 연애를 하지 사람이 서로 만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게는 친숙하고 행복한 공기를 공유하기 위함이 크다. 겉도는 이야기들, 마주치지 않는 눈, 무례한 행동, 주고 받지 않는 대화, 습득과 학습이 다르듯이, 습득을 못했거나 학습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이 또 만나야 할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너와 나의 겉도는 이야기만큼 우리 사이엔 어색하고 지루한 공기가 숨쉴 수 있는 여유의 공기를 줄여간다. 행복의 공기가 탁해진다. 대신 탁해진 공기가 날 탁하게 만든다. 그렇게 너와 나는 서로 다른 버스를 탄다. 세균 덩어리로 가득찬 에어컨 바람의 버스가 내 마음의 공기를 시원하게 한다. 여름 버스는 시원하니까 보상이 된다. 내 마음까지. 사람이 만날 이유가 사라지.. 더보기
사계절의 비유 시를 읽고 있자면 왜 나는 이런 글을 쓰지 못할까 하며 종이 위의 까만 글자에 경외를 보내다 이 아름다운 사계절을 둔 나라에서 공기와 나무, 꽃, 사람, 향기가 온 천지의 시상거리임을 이제야 깨닫고는 스스로에게 한탄을 한다. 여름은 짙은 녹음처럼 짙은 사랑을 할 계절이다. 그리워하기엔 아직 아쉬운 그런 행복만 가득한 푸르름으로 가득 찬 계절이다. 가을은 이미 헤어짐의 계절이다. 아니 혹은 헤어질 준비를 하는 계절이기도. 영화 Autumn in New York에서 사랑이 꽃피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선 여름은 꽃 피우려 하는 생명체들의 만연이다. 그런 계절에 헤어지는 것이 아주 그리 슬픈 일은 아니지만 이 한더위를 같이 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은 슬프지 않을 순 없는 일이다. 여름 밤의 연주가 기쁘게 아름다운.. 더보기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이바디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미치도록 한때 그리워했던 그를 떠올리게 한다.그는 새로운 챕터를 펼쳤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이야기는 끝났다. 정엽의 라디오 선곡은 타이밍이 최고다. 전화목소리를 떠나 이바디... 더보기